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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 여성 주인공 서사로 본 시대극의 진화

by 한드러버 2025. 7. 8.

연모 왕의 복장을 한 주인공 여자와 관료의 복장을 한 주인공 남자가 마주보고 서 있는 장면

 

‘연모’는 여성이 왕세자 역할을 맡는 과감한 설정을 통해 전통적인 한국 사극의 틀을 깨고, 성별, 정체성, 권력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서론

끊임없이 진화하는 K-드라마의 세계에서, ‘연모’는 전통적인 한국 사극(sageuk)을 대담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돋보입니다. 2021년에 공개된 이 드라마는 박은빈과 로운이 주연을 맡았으며, 여성 주인공이 왕세자로 살아가는 독특한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설정은 한국 사극에 깊이 뿌리내린 성 역할 고정관념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캐릭터와 강인한 여성 서사를 원하는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권력을 가진 여성: 사극의 전통을 깨다

기존 한국 사극은 대개 남성 군주, 장군, 학자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연애나 가족 서사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모’는 이러한 구조를 완전히 탈피합니다. 여주인공이 죽은 쌍둥이 오빠를 대신해 왕세자가 되어 궁중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쥐고 움직입니다. 그녀는 수동적이거나 보조적인 인물이 아니라, 정치를 주도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며, 궁중의 복잡한 세력 다툼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이러한 성별 전환 설정은 사극 장르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며, 여성의 자율성과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의 권력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박은빈은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왕세자로서의 책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하며, ‘연모’를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깊이 있는 드라마로 승화시켰습니다.

성 정체성과 감정의 복합성

‘연모’는 성 정체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휘(여주인공의 위장 신분)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와 진짜 자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이러한 내면의 충돌은 드라마 속 가장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그녀와 지운(로운 분) 사이의 관계는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되어 점차 깊어지는 감정으로 발전하며, 큰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이 관계는 성별과 사회적 규범을 초월한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며, 섬세하고도 복합적인 로맨스를 그려냅니다.

조연 캐릭터: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대비

‘연모’는 중심 커플 외에도 조연 캐릭터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현이나 대비마마 같은 인물들은 이휘의 내면 갈등을 비추는 거울이 되거나, 때로는 그녀의 위장된 삶을 위협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어떤 인물은 그녀의 고통과 책임에 공감하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고, 또 다른 인물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이처럼 다층적인 인물 관계는 주인공의 고독함과 심리적 부담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며, 궁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있는 정치 전장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연모 촬영과 의상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적 장치

이 드라마는 주제 의식을 시각적으로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카메라는 자주 이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그녀가 감정을 억누르거나 결단을 내리는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이중생활을 하는 인물의 고통과 결단을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합니다.

의상 디자인 또한 중요한 서사 장치로 작용합니다. 왕세자 복식은 그녀의 여성성을 은근히 감추면서도 권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전통성과 캐릭터 내면의 상징성을 조화롭게 담아낸 의상은, 시청자에게 그녀의 정체성과 위장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듭니다.

글로벌 시청자와 문화적 담론에 끼친 영향

‘연모’는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K-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정체성, 희생, 사랑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진중한 주제는 국적을 초월해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었습니다. 전통 사극에 익숙하지 않았던 젊은 시청자들조차 이 작품을 통해 사극에 대한 흥미를 새롭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모’는 미디어 속 성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여성이 정치와 감정의 중심에 서는 역사극은 드물었기에, 이 드라마는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결론: 사극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연모’는 단지 성별을 바꾼 설정의 흥미로운 사극이 아니라, 젠더와 정체성이라는 테마를 통해 장르적 규범을 재정의한 작품입니다. 탄탄한 서사, 뛰어난 연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이 드라마는 K-드라마의 진화된 서사 구조를 대표합니다.

여성을 서사와 권력의 중심에 세운 ‘연모’는 앞으로의 제작자들에게 더 대담한 이야기, 더 포용적인 캐릭터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집니다. 이야기의 혁신은 종종 과거의 규칙에 도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성 서사 K-사극은 무엇인가요?

 

https://youtu.be/w-nd0Nn5LSY?si=Q4KdQy8husqEWDgU